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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놈 잡은 후기(feat. 중고나라)

오클라호마호 2016. 1. 22. 20:50


작년 여름에 겪었던, 내 소중한 자전거를 도난당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혹시라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2015년 7월 15일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자전거를 세워 둔 곳으로 나와보니 자전거가 있어야 할 곳에 내 자전거가 없었다.

정말 그 때의 느낌은 뭐라 표한할 길이 없다.. 라이딩 복장으로 옷도 다 갈아입고 나왔는데 정말 흔적도 없이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버스를 타고 집에갔다.

잠금장치를 해놓긴 했지만 와이어로 된 락이라서 털어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자전거를 세워두는 곳은 지하1층에는 이마트가있는 대형 쇼핑몰의 바로 앞이었고, 근처에 사무실도 많아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그런 곳이라 그냥 안심하고 세워놨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2015년 7월 20일


일단 인터넷으로 자전거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고를 하긴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그냥 막막하다,, 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2015년 7월 27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중고나라에 들어가서 내 자전거 모델명으로 매물을 조회해봤다. 가격이 저렴한 덕분에 입문용으로 많이들 타는 자전거라서 확인해야 되는 매물도 참 많았다. 하나하나 다 클릭해가면서 확인하다가 정말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드래그해서 화면을 내리는데 자전거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내 자전거라는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기분..

자전거 도난 당한 당시에 헬멧도 같이 묶어놨었는데 그 상태 그대로 중고나라에 매물로 올라와있었다. 

자전거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로 한껏 들떠서 다시 추가적인 정보와 함께 민원을 올렸다.



2015년 7월 28일


1차로 올렸던 민원에 대해서 담당형사님이 배정이 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 연락처를 안내받고 바로 통화를해서 중고나라에 도난당한 내 자전거가 매물로 올라왔다는 내용을 전해드렸다. 


참고로 저 문자메시지에 나와있는 매물글은 지금은 삭제 된 상태다.

금방 자전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종일 기분이 좋았다.



2015년 7월 00일 (날짜를 정확히 모르겠음)


형사님이 저 매물글 작성한 사람을 만났는데 자전거를 훔쳐간 범인이 아니었고 전당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차대번호 대조해서 도난당한  자전거가 맞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지만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거래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임의로 압수할 수 없다고 했다. 

뭔가.. 자전거를 인질로 잡힌 기분이라고 하면 조금 오바겠지..? 

어쨌든 좀 불안하긴 했지만 형사님 말씀이 내 자전거를 판매하면 장물을 거래한게 되는거라서 처벌받기 때문에 괜한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심

일단 도둑놈이 전당포에 자전거를 팔면서 본인의 인적사항을 다 기록했기 때문에 범인은 특정이 된 상태라고,,

자전거를 바로 못 받는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범인의 연락처, 주소를 다 파악했다니깐 '그럼 뭐 금방 잡히겠지..'라고 안심했다.

그나저나 도둑놈이 저 자전거를 15만원에 팔아넘겼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2015년 8월 중순


범인이 금방 잡힐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소식이 없어서 경찰서에 연락을 해보니 아직 잡고있는 중이라고..

전당포와 거래하면서 남겼던 핸드폰은 대포폰이고 주소지에도 거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한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2015 9월 1일


경찰서에 방문해서 조서를 작성하고 왔다.

파출소는 교통사고나고 민원 때문에 한번 방문한적 있었지만 경찰서는 처음. 조서 작성하는것도 당연히 처음이었고,,


뭐 이런 안내문도 받고, 조서 작성하고, 못 본지 한 달 보름 된 내 자전거도 다시 보았다. ㅠㅠ

자전거는 이미 전당포에서 경찰서로 압수 된 상태였고, 자전거를 경찰서에서 받아오기 위해서 필요한 신청서 작성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범인이 잡히고 조사가 끝난 뒤에 자전거를 찾아갈 수 있는건데, 이번 경우처럼 내 소유의 자전거라는게 확실하고, 범인이 계속 잡히지 않으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범인이 잡히지 않았더라도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바로 주는건 아니고, 담당 검사님의 승인(?)이 필요하다. (뭐 대충 의미는 비슷한데, 정확한 단어를 모르겠다.)

거기에 걸리는 시간이 3일정도. 경우에 따라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고,,

'아- 이제 드디어 다시 찾아올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바로 며칠 뒤


형사님한테서 범인이 잡혔다고 연락이왔다.

범인은 30대 노숙자. 

나 말고도 피해자가 여럿 있다는 것 같다. 

범인이 잡혔기 때문에(?) 자전거 찾아가는건 다시 조사가 끝날 때 까지로 미뤄졌다.

그래서 다시 또 기다림.



2015년 9월 8일


생각보다 연락이 금방왔다.

이번에는 별다른 서류작성 절차는 없었고, 그냥 바로 자전거 찾아왔다.

참고로 범인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형사님한테 전해듣기로는 유치장에 있다고..

처음 도난 당한 날 부터 거의 2달이 지나서야 다시 찾아 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ㅠㅠ


헬멧도 그대로 있었고, 자전거 펌프도 그대로 있어서 바로 바람 넣고 타고 올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자전거를 처음 샀던 날 보다 더 즐겁게 탔던 것 같다. 경찰서에서 집까지 타고 오는 내내 계속 실실 웃으면서 그렇게 타고 옴.

헬멧과 펌프는 그대로였지만, 속도계와 전조등 거치대는 없어진 상태. 혹시나 누가 떼어갈까봐 자전거 묶어두면서 항상 속도계 본체와 전조등은 따로 휴대하는데 아마도 범인이 자전거를 팔아먹기 위해서 그 부품들을 다 버린 것 같다.

이렇게 내가 금전적으로 피해 본 부분에 대해서는 민사를 통해서 보상받을 수 있지만, 위에서 얘기 했듯이 범인이 노숙자라서,, 아마 보상은 포기해야 될 것 같다. 


자전거를 찾아 온 뒤로도 자출은 계속했다.

당연히 자전거는 더 이상 그 도난당한 장소에 세워두지 않고, 조금 떨어져있지만 안전하게 세워 둘 수 있는 곳으로 옮겼다.

그렇게 11월까지 무사히 자출을 계속했었고, 날씨가 몸시 추워진 지금은 로라에 물려놓고 계속해서 타고있다.

내 첫 로드인데 돌아와서 참 다행이야.



 이번일을 겪으면서 해주고 싶은 조언


  1. 차대번호는 확실하게 기록 해 둘 것. 

    • 자전거를 다시 찾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게 '이 자전거가 내 자전거다.'라는 걸 증명하는거다. 그걸 증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 바로 차대번호.

    • 차대번호를 모르더라도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괜히 쉬운방법 냅두고 어렵게 갈 필요는 없다. 만약 방금 막 새로 산 자전거라서 전혀 특이사항이 없다면? 

    • 인터넷(자출사 같은..)에 차대번호 등록하고 하는건 안해도 된다. (그런식으로 확인하지는 않더라.)

  2. 도난당하면 그냥 112에 신고하면 됨

    • 조서 쓰러 갔을 때 옆에 있던 형사님한테 '그걸 왜 그자리에서 신고 안하고 인터넷으로 신고해요?' 이런 질문 받음. 난 112는 긴출한 출동을 요하는 경우에만 이용하는건 줄 알았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신고하면 출동해서 필요한 처리들 알아서 해주신다고.. 괜히 그 순간 뭔가 조금 이상한 사람 된 듯한 기분..? (뭐,, 모든게 다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3. 포기하지 마세요
    • 범인은 꼭 잡힐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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