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쉬었다 가자.

지방에서는 개발자로 일하기도 쉽지 않구나. 본문

프로그래밍/개발자이야기

지방에서는 개발자로 일하기도 쉽지 않구나.

오클라호마호 2021. 12. 7. 23:55

뭐.. 최근 일은 아니다.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네. 

대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서울~경기에 거주하면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뭐.. 나름의 사연과 이유가 있긴했지만.. 공개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뭐 어쨌든, 한동안 쉬다가 다시 직장생활을 하기로 마음먹고 일자리를 알아봤다. 서울 생활하면서 자기집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월세도 안나가고, 전세 대출 같은거 받을 일도 없고,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이나 하는 전세 보증금에 목돈 묶일 없다. 그리고 가족들이랑 함께 부모님이 차려주신 밥 먹는 것. 그리고 내 집, 우리집에서 출퇴근 하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고향에서 한 번 일해보겠다고 지방에는 거의 없는 개발자 포지션을 열심히 뒤져봤다.

완전 내 커리어에 딱 맞는 자리는 거의 없었는데, 그래도 비슷한 자리는 몇 개 있더라. 대충 아래 정도로 정리 된다.

  1. 기업, 대학 전산실
  2. 스타트업
  3. 공장 SI 개발자

내 고향이 그래도 나름 공단도 있고, 대학교도 많이 있어서 전산직 채용이 몇 건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스타트업도 몇 군데 있더라. 아마 대학교랑 무슨 연을 맺고 시작한 업체들인 것 같다. 개중 하나는 아예 사업장이 대학교 캠퍼스 내에 있더라. 그리고 나머지는 공장에서 일하는 SI 개발자.

순서대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일단 기업 전산실은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쪽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았다. 규모가 작다보니 사내 네트워크나 서버까지 그냥 전산실 직원들이 다 전담하는 구조 같았다. 오히려 ERP 같은 소프트웨어는 외주업체가 개발한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 같고. 내 경우에는 순수 개발 경력만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서류에서도 다 탈락이었다.

대학교는 나름 교직원이라는 프리미엄이 있긴 했는데, 경력 인정 기준이 좀 어이없었다. 내가 지원했던 대학이 좀 특이한 걸 수도 있는데, 군 경력 포함 최대 3년까지 밖에 인정이 안되고, 그마저도 대학교 같은 교육시설? 경력만 인정이 된단다. 그리고 그것도 100% 다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대충 보니깐 연봉 앞자리수가 두 개는 내려갈 것 같더라. 집에서 출퇴근.. 좋긴 하지만 그 정도를 감수할 만큼은 아니라서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그냥 마음을 접었다. (전산직이라고는 하지만 개발자가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고..)

그리고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요구하는 연차가 많이 낮다 보니깐 내가 지원할만한 포지션은 아니더라. 연차 높은 개발자는 그만큼 연봉도 올려줘야 되니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직원들도 대부분 나이가 어리니깐..

마지막으로 공장 SI 개발자.. 면접까지 진행을 했는데, 면접을 공장 앞에 있는 커피숍에서 봤다. 그래.. 하긴 생각해보니 예전에 서울에서 프리랜서 뛸 때도 파견업체 근처 커피숍에서 면접을 봤던 기억이 있긴하네. 결과적으로 여기도 안 갔다. 오라고는 하는데, 연봉 앞자리를 두 개나 깎더라. (이정도면 그냥 오지 말라는 소린가..?) 정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로 오면 연봉 맞춰줄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서울에서 프리 뛰면 맞춰주겠다는 그 연봉에서 앞자리 두, 세 개는 더 올릴 수 있을텐데..?

뭔가 그래도 좀 대우를 받으면서 지방에서 개발자로 일하려면 대기업 SI 자회사로 들어간다음에 지방에 있는 사업장에서 근무 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잘 풀려서 집 근처 사업장으로 붙박이로 근무하면 좋겠지.. 실제로 내 친구중에 한 명은 이렇게 일하고 있다. 만족도가 높아서 절대 이직할 생각이 없다더라. 근데 이런 케이스는 운이 따른 특이 케이스인거고, 뭐 일개 직원이 원하는 사업장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해서 갈 수가 있냐? 그리고 SI 자회사면 어쩔 수 없는 을인데.. 이것도 썩 내키지는 않는다. 

사실 위에 쓴 것 들은 내가 갈만한 회사들만 쓴거고, PLC, 머신비전, 반도체 관련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었다면 좀 더 좋은 포지션에 지원할 수도 있었을꺼다. 근데 난 저쪽 경험은 거의 없다보니.. 지원할만한 곳이 별로 없었다. 지방 혁신도시 이런거 하면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많이 이전했지만.. 내가 사는 곳은 해당사항 없음이고.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