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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개발자이야기

일본 블랙기업 개발자의 생활은 어떨까?

오클라호마호 2022. 2. 6. 16:43

요즘은 개발자라는 직군이 연봉도 높고, 워라밸도 좋다는 인식이 많이 퍼졌지만 모든 개발자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개발자들도 많을 것 같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개발자들에 대한 대우가 이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2008년 당시 개발자에 대한 대우는 그냥 쓰레기 수준이었다. 솔루션쪽은 그나마 괜찮다고 했었지만, 게임업계는 게임에 대한 개발자들의 열정을 빨아먹고 제대로 된 대우는 해주지 않았다. 지금은 게임업계에서 경쟁적으로 개발자의 연봉을 올리고 있는것과 참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SI는 그야말로 막장.

그리고 SI업계에서도 유명한 사이트 세 곳이 있었다. 목동의 K사, 양재동 N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동네가 어딘지 모르겠네. S사였는데.. SI 업체 소속으로 개발자 생활을 하면 프로젝트 발주사로 파견을 간다. 그리고 SI 업체에는 정규직만 있는게 아니고, 프리랜서들도 있다. 이런식으로 구조가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 뭐 이런식으로 흘러간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은행 본부가 있을꺼고 은행의 전산을 담당하는 IT자회가 있다. 그리고 대형 SI 업체 또는 금융쪽 솔루션 업체가 프로젝트를 따낸다. 그럼 그걸 지들 혼자서 다 할수는 없기 때문에 중소 SI업체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SI업체들 역시 인력들을 항상 보유하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SI업체를 끼던가 프리랜서들을 뽑아서 프로젝트가 굴러간다. 그럼 제일 밑단에 있는 프리랜서 같은 경우, 갑-을-병-졍 보다 더 밑에 위치한 관계가 되는거다. 이래서 SI는 가지 말라고 하는거고..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먼저 밝히지만 나는 일본에서 개발자 생활을 해본적이 없다. 근데, 얼마전 봤던 일본 영화의 주인공 직업이 개발자라서 흥미롭게 봤고, 한국의 상황이 매우 유사해서 포스팅으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일단 영화가 2009년도 작품이라걸 감안하고 봤으면 한다. 지금은 일본 같은 경우 사람을 뽑고 싶어도 인력이 없어서 못 뽑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 한국 같은경우에는 '폐 잘라낸 개발자' 같은 사건이 있고, 갑질 같은게 논란이 되면서 하청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영화다 보니 실제보다 좀 많이 과장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영화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상태가 많이 안좋아 보이는 이 영화의 주인공. 회사 생활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이 상태로 길에서 쓰러진다.

그러면서 나오는 나래이션,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집 책장. Java, C, C++, Visual C++ 같은 책들이 보인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일본 대형 서점에 가보니 Java, Ruby 책이 많던데, 이 당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Java랑 C++이 국룰이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COBOL 책이 있는게 흠좀무네..

입사 첫 날의 주인공. 이때는 상태가 매우 멀쩡하다.

신입직원을 소개하지만 아무도 신경을 안쓴다. 마감날은 어쩔 수 없지..

팀장을 소개해주는 사장.

사람 좋은 팀장인 것 같다.

말이라도 저렇게 해주면 신입사원 입장에는 큰 힘이 되지.. 걱정도 덜고.

하지만 사장이 돌아가자 사람이 갑자기 돌변한다.

설계서와 Visual Studio 던져주고 그냥 "다 끝내놔" 한 마디만 한다. 인수인계? 그런게 있을리가.. 

나도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거의 비슷했다. ERD랑 업무방법서만 던져주고 알아서 배워라.. 뭐 이런식이었다. 

폭언은 기본. 경력도 기술도 없는 신입은 그냥 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말끝마다 바카!라고 하며 인격적으로 무시한다.

근데 솔직히 신입이 들어오는게 달갑지 않은게 사실이기는 하다. 이것저것 가르쳐야 되고, 내 할 일도 있는데, 이것저것 물어보면 또 대답해줘야 되니깐.. 나도 신입 때 선배들한테 뭐 물어 볼 때 참 눈치보면서 물어봤던걸로 기억한다. 

신입 개발자들을 위해서 한가지 팁을 주자면 일단은 본인 스스로 최대한 알아본 다음에 물어보는게 좋다는거다. 선임 입장에서 후배가 하는 질문을 듣기만 해도 질문 수준을 통해서 얘가 얼마나 알아보고 물어보는건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그냥 덮어놓고 '떠 먹여줘~' 하는 식의 질문을 받으면 좀 짜증나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처럼 신입은 아예 뽑지 않고 무조건 경력자만 채용하는 지금 상황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x발 뭐 뽑아주는데가 있어야 경력을 쌓지.. 

주인공이 전달받은 설계도.

팀장에게 물어보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노답..

주인공 제외, 이 영화에서 유일한 정상인으로 나오는 사람. 능력이 출중하지만 나름의 사연으로 이렇게 블랙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오타쿠 선배. 파티션 위에 있는 피규어들..

팀장에 이어 질문을 해보지만..

'응 몰라~'

총제적 난국.

뭐 하나 알려주는 것도 없으면서 초안을 못잡으면 짤라버리겠다고 또 폭언을 한다.

그러면서 만들기 전까지는 퇴근도 하지 말라고..

이에 주인공이 퇴근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냐.. 라고 말해보지만..

'정시퇴근'은 '도시전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SI개발자로 생활하면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보통 프로젝트는 마감시한이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원청업체 입장에서는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인건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을 무리하게 단축시킨다. 예를 들어 월 500만원 받는 개발자 10명이 붙어서 하는 프로젝트라면, 프로젝트 기간이 한 달 단축 될 때 비용 5000만원이 줄어드는거니깐. 그리고 원청업체에서 SI업체로 주는 인건비는 실제 개발자가 받는 돈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건 업체 하나씩 건너 뛸 때 마다 SI업체에서 뗴어 먹는 돈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실제 원청업체에서는 거의 한달에 10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개발자 한 명 인건비로 지출하지만, 업체를 두, 세 개만 건너 뛰어도 몇 백만원씩 줄어드는 마법을 볼 수 있다. 그럼 '직접 원청업체랑 계약하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는 안된다. 뭐 회사마다 다르긴 하겠다만.. 일반적으로 개인이랑은 아예 계약 자체가 안되고, 법인도 프로젝트 수행 이력이나 역량등을 다 검토해서 선정을 한다. 그래서 갑-을-병-정 뭐 이런식의 구조가 되는거고..

주인공 왜 이런 블랙기업, 한국으로 치면 개좃소에 입사한걸까?

그건 주인공의 과거와 연관이 있다. 주인공인 왕따 피해자였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그래도 프로그래밍은 좋아했던 것 같다. 게임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건 다행. 이게 어떻게보면 프로그래밍이라는 업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컴퓨터 하나와 프로그래밍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니깐. 그리고 지금은 앱 스토어 처럼 개인이 앱을 개발해서 최종 사용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생겼다. '전업 투자자'처럼 '전업 개발자'도 가능하다는 얘기.

고등학교를 자퇴했기 때문에 주인공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중졸에 8년 동안 경력도 없는 나이만 먹은 신입 개발자라는 얘기. 한국이라면 개발자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회사에 취업도 불가능한 스펙이 아닐까 싶다. 음..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8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고스펙을 갖추고도 취업을 못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취직 했을 때가 거의 끝물이었던 것 같고, 내가 취직하고 얼마 뒤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세계 경제가 뒤흔들렸고, 국내 주식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업은 당연히 채용을 줄였고.. 그 뒤로 지금까지 오늘날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스펙이라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었지만 사장은 생각이 다르다.

개발자를 뽑는건데 "체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때 쎄- 한 느낌을 느끼고 바로 도망쳤어야 되는건데..

주인공은 뽑아주는 곳이 여기뿐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을 결정한다.

본인의 일을 신입 개발자인 주인공한테 떠넘기는 팀장.

주인공은 당연히 본인의 일이 있었지만 팀장의 일까지 맡게 된다. 순진한 우리 주인공은 팀장이 시킨일 먼저 하면 되나고 물어보지만, 팀장은 본인의 일과 주인공의 일 모두 다 오늘까지 하라고 한다. 완전 개xx..

저녁 11시. 씻고 나오는 개발자.

SI 업체에서는 낯선 풍경은 아니다. 2008년의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나는게 내 첫 출근 날 퇴근 시간은 저녁 9시 45분이었다. 그것도 그나마 선배 한 명이 신입들은 퇴근해도 괜찮지 않냐고 얘기해주면서 일찍 퇴근한거다.. 참고로 당시 내가 들어간 회사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한참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좀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얘기지.

근데 보통 프로젝트 막바지에는 야근에 주말출근은 거의 필수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

그렇게 주인공은 퇴근도 못한 채 모든 일을 처리하고, 책상 밑 바닥에서 침낭을 덮고 잠이든다. (x발 라꾸라꾸라도 넣어주지..)

이것도 과장은 아닌게..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에도 사무실 구석에 라꾸라꾸가 있었다. 면접을 보러갔는데 만약에 라꾸라꾸가 보인다? 그럼 바로 도망쳐라. 

혼자서 하드캐리 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수한 주인공.

입사 2주만에 사장이 다음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임명한다.

한국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본은 이런게 가능한건가 모르겠다. 영화라서 가능한건가?

당연히 원래 팀장은 가만히 힜지 않는다. 그나마 위에 정상인이라고 했던 개발자의 중재로 큰 화는 면한다.

원청 업체와의 미팅. 프로젝트 기간으로 두 달을 제시하지만..

원청 업체 직원은 한 달 안에 끝내라고 한다.

프로젝트 기간을 절반으로 후려치는건데.. 당연히 말도 안된다고 하는 주인공.

하지만 원청업체 직원이 '못해? 그럼 다른 회사 알아보겠음. 어차피 회사는 많어~'를 시전하자 쓰레기 팀장은 바로 한 달로 오케이 때려버린다.

원래 보통 이런 미팅은 개발자들이 하지 않는다. 개발팀이 아니고 영업팀에서 주로 하는데 상황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영업이야 뭐 개발하는게 아니니 보통 고객사에서 얘기하면 대부분 그냥 오케이 한다. 개발팀 입장에서는 존나 빡치는거지.. 그래서 보통은 영업팀이랑 개발팀 사이가 안좋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회사 경험은 없어서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영업 보다는 기획쪽이랑 싸운 경우가 많다. 싸웠다는 표현은 사실 좀 과장된거고.. 좀 불편한 사이랄까? 기획이 애초에 명확하게 요건 정의하고, 개발 기간 고려해서 잘 나오면 불편할 일이 없는데.. 시간은 질질 끌다가 기획서라고 나온거 보면 거의 정상케이스 아니면 다수의 케이스에 대한 요건만 명시가 되어있다. 그럼 또 기획자 붙잡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냐? 하면서 한참 씨름해야 된다. 그러면서 개발 도중에 기획 요건이 변경되는 경우는 수시로 발생한다. 그럼 프로젝트 기간이 연장되냐? 놉!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픈 일정은 절대로 못 미룬단다. 이러니 갈등이 생길 수 밖에..

목숨걸고 마감을 지켜야 된다는 팀장. 저건 존나 맞는 말이다. 프로젝트가 어떻게 굴러가든 일단 마감은 지켜야 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감이 연장된다는 소리는 그 기간만큼 개발자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는 소리다. 그리고 차세대 프로젝트 처럼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데이터 이관 같은 작업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DB 사이즈가 워낙에 크다보니깐 이게 하루에 안끝난다. 그래서 보통 설날이나 추석같은 연휴를 오픈 일자로 잡는데.. 이걸 한 달이나 두 달 뭐 이런식으로 미룰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프로젝트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위에서는 무조건 일단 오픈시키고 본다. 제대로 완성도 되지 않은 시스템을 오픈한다는거다. 개발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이게 어떻게 될지.. 관련 글들 몇 개 링크로 남긴다.

https://okky.kr/article/379286

 

OKKY | 우리은행 차세대 근황

평일 밤 11시 퇴근 , 토요일 오후 6시 퇴근, 일요일 격주 출근  이라더군요 거기다가 얘네들이 잔머리 굴리는데 현재 3개월 짜리 개발자를 모집 중 입니다. 이유는 진도 못나간 프로그램을 개발해

okky.kr

http://www.press9.kr/news/articleView.html?idxno=26104 

 

차세대 IT 프로젝트 '실패'에서 배운다 - PRESS9(프레스나인)

최근 IT업계에서는 주사업자를 전격 교체한 현대해상화재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화젯거리다. 잇단 가동일 연기로 난항을 겪다 주사업자였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이어 자회사인

www.press9.kr

 

프로젝트 오픈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일단 프로젝트 오픈 전에는 진짜로 퇴근을 못한다. 그냥 회사에서 밤새면서 틈틈히 잔다. 오픈 3일 전 부터 그랬던 것 같다. 먹는건 그래도 존나 잘 챙겨준다. 그러다보니 안그래도 외주업체 개발자들이 대거 들어와서 부족한 화장실이 미어터진다. 그 때는 젊었으니깐 밤샘을 해도 그럭저럭 버틸만 했는데 지금 다시하라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픈일.. 전날 실제 운영환경에서 테스트는 해보지만 실제 온라인 환경이기 때문에 함부로 이것저것 테스트 해볼 수는 없다. 그리고 대망의 영업시간이 되면 전화기에 불이 나기 시작한다. 전화를 받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계속 전화가 온다. 데이터가 문제인 경우도 있고, 버그가 있는 경우도 있고, 배포가 누락된 것도 있고.. 말그대로 아비규환.

전화하는 사람들은 일반 고객은 아니고 같은 영업점 직원들이지만 말이 좋게 안나온다. 당장 창구앞에서는 고객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승질내고 있고, IT부서에 전화 했는데 - 이미 통화중이기 때문에 - 전화는 안받지.. 전화 받으면 일단 욕 먹고 시작하는거다. 뭐.. 이해는 간다. 고객이 앞에 있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좀 달래줘야겠지.. 오픈날도 퇴근은 못 했던 것 같네. 그렇게 며칠동안 정신없이 보내고나면 슬슬 전화도 줄어들고 어느정도 안정화가 된다. 이게 '성공' 시나리오다.

'실패' 시나리오? 똑같이 영업점 오픈 시간에 맞춰서 전화기에 불이난다. 근데 대응이 안된다. 당장 뭐 어떻게라도 시스템이 돌아가야 되는데 그게 안된다. 이게 존나 무서운게 원장을 깨먹는다고 표현하는데, 시스템 문제로 DB를 잘못 된 데이터로 덮어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일자로 DB 발췌해서 일일히 다 데이터 맞춰줘야 된다. 이 정도로 상황이 겉잡을 수 없는 정도로 악화 되어야 대충 11시 넘어서 위에서도 슬슬 현실을 받아들이고 GG를 친다. 이전 시스템으로의 롤백이다. 그 프로젝트는 망한거다. 이미 그 바닥에는 프로젝트 엎어졌다고 소문 다 나서 개발자들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기존에 있던 개발자들은 계약기간 끝났기 때문에 나가겠다고 하고.. 새로 개발자 뽑는건 똥치우러 가는거기 때문에 돈을 더 준다고 해도 가기 싫어한다. 악순환의 반복.

파견 회사 직원도 등장한다. 한국으로 치면 프리랜서 같은 개념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여직원이라서 그런건지 딱히 파견 직원에 대한 차별같은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원래 직원들이랑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이게 일본은 아직도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내가 직장생활 시작했던 2008년도에는 한국도 동일했다. 

그 때 프로젝트 계약을 턴키 방식으로 맺었는데, 협력업체 직원들이 우리 회사 직원들 바로 옆에 앉아서 근무했다. 약간 1:1로 일 시키고, 감독하는 그런 분위기라고 해야되나..? 이게 잘못된거긴한데.. 당연히 협력업체 직원들은 우리가 퇴근하기 전에는 퇴근을 못한다. 

근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아예 법으로 같은 공간에서 하청업체 직원과 함께 근무하지 못하도록 막아놨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을 따로 마련해줘야 된다. 이렇게 되면서 아무래도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되지 않았을까 싶다. 출퇴근 눈치도 안봐도 되고, 옆에서 계속 감시하는 사람 없으니깐 일하기도 편하겠지. 그리고 요새는 협업 툴도 많이 좋아지고, 또 코로나 때문에 업무 지시 같은것도 다 비대면으로 한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은 오히려 역으로 을질을 당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건 뭐 서로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니깐 굳이 적지는 않겠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본인의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떠넘기는 팀장.

이것도 그렇게 심한 과장은 아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회사가 지독하게 보수적인 회사라서 모든게 짬밥순이다. 거의 군대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업무도 편하고 좋은건 짬밥 오래 된 놈들이 가져가고, 남은 것..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엄무가 짬 딸리는 애들한테 간다. 그런 업무일수록 경험 많고, 능력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타부서와 회의 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쪽에서는 과장이 갔는데, 그 쪽에서 차장이 나온다? 그럼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업무만 잔뜩 받아온다. 이런 병폐 때문에 기업들이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스타트업들은 그런게 잘 된다. 근데 업력이 오래되고 덩치가 큰 기업의 경우에는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다들 나이먹고 대가리 굵어진 상태에서 '오늘부터 이렇게 해!'라고 한다고 해서 바로 말 들을리가 있나.. 원래 해왔던 방식도 있을꺼고.. 군대에 비유하면 이등병때 개 고생하다가 이제 병장 달았는데, 갑자기 병 상호간에 존칭 쓰라고 하면 그 병장이 말 듣겠냐? 뭐 그런 것 같다..

중간에 사고가 생기면서 2주만에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되는 상황.

이 회사의 에이스 직원이 무리라는 입장을 밝히지만..

이 바닥에는 그런거 안통한다.. 까라면 까야지 x발..

그렇게 주인공은 다시 몇 날 며칠을 밤세우며 불꽃코딩을 한다.

그리고 무사히 마감일에 프로젝트를 끝낸 주인공. 말 그대로 사람을 갈아 넣어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이 새끼 이거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그렇게 당하고도 힘낼 수 있다니..

만약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1, 2년 경험 쌓고 이직 테크 타는걸 추천한다. 급여가 밀린다? 그럼 단 한달도 봐주지 마라. 그런 상황이라면 근속 기간이 짧아도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이해해줄꺼다.

요즘 개발자라는 직군이 뜨면서 비전공인데도 불구하고 코딩을 배워서 개발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던데.. 상위 10%만 바라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이쪽일이 비전공자도 실력만 있으면 전공자들도 씹어먹을 수 있는 분야이긴한데.. 쉽지는 않을꺼다. 애초에 4년 동안 대학교에서 배우는것과 학원에서 배우는것과 차이가 없으면 말이 안되는거겠지..

그냥 우연히 본 영화가 오래전 내가 일했던 회사랑 상황이 너무 비슷해서 한 번 글을 써봤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은 회사에 따라 근무 환경이나 처우 같은것도 다르고, 또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를수도 있는 부분이니깐 그냥 재미로만 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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