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쉬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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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 2일차 (춘천 ~ 원통)

오클라호마호 2016. 4. 15. 01:35

2일차 주행코스 : 춘천 - 배후령옛길 - 양구 소양강 꼬부랑길 - 광치령로 - 원통

자전거도로만 쭉 타고왔던 첫째 날과 다르게 춘천에서의 잠깐을 제외하면 자전거도로가 전혀 없는 둘째 날의 코스였다.


둘째 날 라이딩 경로. 중간에 '경유'가 찍혀있는건 내가 간 코스대로 경로를 계산하기 위해서다. 경유지 없이 그냥 찍으면 최단거리로 알려주는데 중간에 엄청 긴 터널을 세 개나 지나야 된다. 터널 길이를 네이버 지도에서 대략 계산해보니 5.5km 정도가 된다. 

터널을 우회하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 대신 17km 정도를 더 달려야한다. 17km... 한 시간 정도만 더 달리면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오르막에 대한 생각을 안한게 원인이었다. 거리상으로는 딱 17km 늘어난 거리였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라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대신 터널의 공포를 겪지 않아도 됐고, 좋은 경치를 감상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그럼 둘째 날 후기 시작!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딱히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겠다... 라고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서둘러야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날 긴 거리를 달려왔지만 생각보다 몸 상태는 괜찮았다. 아무래도 업힐이 없는 평지 위주의 라이딩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첫째 날 후기에도 썼지만 진짜 시설이나 인테리어, 사장님 친절도 모든면에서 만족스러운 게스트하우스다. 요즘은 하는 일이 바빠져서 자전거를 많이 못타고 있는데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다시 또 방문하고 싶은 그런 곳이다. 여행 내내 머물렀던 숙소들 중 최고의 숙소였다.


오늘은 일단 북한강 자전거길 마지막 인증센터 도장을 찍고 춘천에 살고있는 대학교 동기를 잠깐 만나기로 했다. 


나무데크길. 정말 좋다. 

연고도 없는 도시지만 정말 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다. 



호반의 도시 춘천.



모닝셀카 한방 찍어주고 계속해서 달린다.



숙소에서 신매대교 인증센터까지는 금방이다. 



이른 시간이었는데 자전거 타는 분들이 꽤 있다. 한강만큼이나 자전거타기 좋은 그런 동네인 것 같다.



북한강 자전거길의 마지막 인증센터 도장을 찍었다. 

이제부터는 계속해서 공도를 달려야한다. 

도장을 찍고 춘천에 살고있는 대학교 동기를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건데 사진도 한 장 같이 못 찍었네... 사진찍는걸 늘 깜빡한다. 소양댐 근처라서 커피숍이나 식당은 꽤 많았는데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건지 문을연 곳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건데 결국 그냥 편의점앞에 앉아서 음료수 한잔 하면서 얘기나눴다. 

나는 오늘 또 가야 할 거리가 있어서 길게는 얘기 못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배후령 옛길. 새로운 도로가 뚫리면서 지금은 거의 이용되지 않는 도로인 것 같다. 새로 난 길이 당연히 더 최단거리지만 터널을 지나야하기 때문에 그 길로 가지는 않았다. 사실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도로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제 겨우 10시 조금 넘었는데 힘들어서 속도가 안난다. '옛길'이라는 도로명이 붙은 길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꼬불꼬불한 고갯길이라서 쉽지가 않았다. 



헤어지면서 친구가 준 귤. 이거라도 없었으면 정말 더 힘들었을 것 같다. 



해발 500m. 

모르고 올라와서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꽤 높은 오르막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하고 왔을텐데... 사진은 못 찍었는데 도로 옆에는 "배후령 힐클라임 대회"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아.. 그게 여기였구나...' 

갈길이 먼데 라이딩 초반부터 에너지를 다 쓰는 것 같은 기분이다. 



후.. 정상 300m 전. 

사진으로는 경사도가 잘 안느껴지는데 꽤 힘들었다. 그래 뭐 오르막이 힘들어야 힐클라임 대회도 하고 그렇겠지. 그나마 다행인건 지나가는 차가 없었다는 점. 내가 갔을 때는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지나가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는데 평소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도로를 보면 통행하는 차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통행하는 차들이 거의 없다보니 속도를 즐기는 사람들이 레이싱이라도 하는가보다. 코너나 조금 넓은 공터같은 곳에는 어김없이 저렇게 스키드마크가 진하게 남아있다.

여기서 야간 라이딩 하다가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로드킬 당할 것 같다. 이런데서 로드킬 당해도 자전거가 왜 도로로 나오냐며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욕하겠지..?



드디어 배후령 정상에 도착. 

뒤편에 있는 '40'이라는 숫자는 안전속도. 하지만 바닥에 나있는 스키드마크를 보면 "안전속도 40"이라는 표지판이 무색해 보인다.



춘천을 벗어나서 화천에 진입했다. 배후령 정상을 기준으로 춘천과 화천이 나눠지나보다.



식당 찾는 것도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배후령을 내려와서 바로 식당을 만났다. 국토종주 해본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식당이 보이면 배가 안고파도 먹어둬야한다. 언제 또 식당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깐.



산채 비빔밥을 주문했다.



지역마다 산채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도 차이가 있나보다. 뭔가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밥 먹고 다시 달린다. 



공도 구간인데 공사중이라서 한 차선을 비워뒀다. 덕분에 안전하게 라이딩.



수인터널을 만나기 전 추곡약수 삼거리에서 우회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우회로로 접어드니 또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다. 차들 사이에서 달리는 것 보다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 쪽 길이 마음이 편하다. 



문제는 오르막.. 

이 도로가 '소양강 꼬부랑길'이라고 하는 길인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오전에 배후령만 넘어오지 않았어도 '와~ 코스 꿀잼이네 ㅋ' 하면서 탈텐데 이미 배후령 오르면서 다리 탈탈 털렸는데 다시 또 오르막을 반복하려니깐 다리도 털리고 멘탈도 털린다. 



그나마 길 옆으로 보이는 소양강의 시원한 경치에 위안을 삼는다. 



이 때 전국적으로 가뭄이 굉장히 심했는데 소양강의 가뭄은 정말 대단했다. 저 멀리 하얗게 보이는게 보트다. 보트의 크기로 짐작해보면 소양호 수위가 얼마나 많이 낮아졌는지 알 수 있다.



'청춘 양구 소양강 꼬부랑길' 지금 달리는 이 길의 이름인가보다. 꼬부랑길... 뭔가 낭만은 있다만 좀 힘들었다...

저 꼬불꼬불한 길 직선으로 통과하면 금방일텐데..



이 길의 문제는 보급할만한 곳도 없다는 점. 저 시리얼바는 웬만하면 안먹으려고 했던건데 어쩔 수 없어서 먹었다. 맛있어서 아껴두려고 안먹은건 아니다. 너무 건조해서 물이 없으면 갈증때문에 죽을 것 같아서 그렇다. 국토종주 할 때 하도 많이 먹어서 그 뒤로 쳐다도 안보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옛 추억이 떠올라서 또 집어들었다. 그냥 닥터유나 살껄...



중간에 괜찮은 쉼터가 있어서 휴식을 취했다. 

아직은 6월인데 너무 덥다. 배고프고 또 힘들다..



뭐 경치는 좋네.



오르락 내리락 끝났나 싶었을 때 나타난 마지막 오르막. 사실 그렇게 경사 높은건 아닌데 쭉 뻗은 도로가 이뻐보여서 찍었다.


양구.. 

난 이 도시를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배는 고파 죽겠는데 처음 들어간 식당에서는 냉면 1인분은 안판다고 해서 도로 나왔다. 냉면이 1인분이 안된다는 식당은 처음이라서 참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또 그 와중에 물은 떠가라고 해주신다. 

나머지 식당들 한 세, 네 군데 들어갔던 것 같은데 다 식사준비 안됐다고 한다. 오후 4시 반 쯤 된 시간인데 이 때도 식사주문이 안된다고 하니깐 조금 어이가 없다. 대체 영업시간이 어떻게 되길래?? 

아마도 근처에 사단 신교대가 있어서 그런것 같다. 그 쪽의 스케쥴에 맞춰서 동네 경제가 돌아가는 느낌. 



그렇게 식사주문 가능한 식당을 한참 찾아헤메다가 드디어 냉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보통 부대 앞 식당은 맛이 진짜 조온나게 없던데 여기는 꽤 괜찮았다. 한참 땀흘리다 먹어서 그런지 더 꿀 맛. 



아침에는 배후령, 점심에는 꼬부랑길, 오후에는 광치령. 

이 코스를 하루만에 넘으려니깐 진짜 멘탈이 털린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 '내가 이걸 왜 하고있나..' 근데 그러면서도 또 계속 한다. 왜 그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좋으니깐 하는거겠지 뭐.

배후령보다는 짧은 오르막이었던 것 같은데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었다. 아무래도 오늘 코스가 업힐이 많다보니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서 그런 것 같다. 거기다 여기는 배후령과 다르게 차들도 제법 다니는 길이라서 계속 신경을 더 쓰면서 달려야 한다. 

표지판에 보이듯이 이 길의 끝에는 터널이있다. 진짜 싫은 터널. 공도 달리는 것도 싫지만 터널은 진짜 공포 그 자체다. 마티즈가 달려와도 덤프트럭 소리가 난다. 



광치령로는 차량 통행이 어느정도 있는 편이라서 터널을 지나는데 조금 무서웠다. 그래도 터널만 빼면 충분히 경치와 여유를 즐기면서 달릴 수 있는 정도의 도로다. 광치터널만 벗어나면 지긋지긋한 오르막도 끝이난다. 하루에 고개를 두 개나 넘으려니 정말 힘들었다. 

여기부터는 기가막힌 내리막의 시작이다. 경사가 급하지도 않고 경치도 아주 훌룡하다. 배후령의 내리막 길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내리막 길이다. 내리막길을 만끽하면서 달리느라 사진은 없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중간중간 쉬어가는 타임에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내리막길은 마냥 신이나서 내려오느라고 멈추지를 않는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 없다. 후기 쓸 때 되니깐 또 사진 안찍은게 아쉽네.


고갯길을 다 내려오면 바로 원통이다. 라이딩을 마감하기에는 조금 이른시간이었는데 알아본 게스트하우스는 연락도 안되고 원통을 벗어나면 숙소 구하기도 힘들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달리기로 한다. 

작은 동네인데 그래도 있을건 다 있어서 저녁으로 봉구스밥버거를 사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빵도 파리바게트에서 샀다. 주변에 식당들은 많았는데 딱히 혼자 들어가서 먹기도 조금 그렇고 샤워하고 나니깐 피곤해서 그냥 숙소로 바로 들어왔다.


봉구스 밥버거 처음 먹어봤는데 가격도 싸고 맛도 뭐 그냥저냥 괜찮았다. 나 대학교 다닐 때도 이런게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그 때 내 주식은 이삭토스트였다. 

사진 한쪽으로 언뜻 보이는 침대보에서 숙소가 얼마나 구린지 느껴진다. 전날 묶은 게스트하우스보다 5,000원이 비싼 방이지만 진짜 처참할 정도로 시설이 안좋았다. 전날 게스트하우스가 워낙에 좋아서 더 안좋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모텔들도 있었지만 '혼자 자는데 숙박비라도 아끼자'라는 생각으로 그냥 싼 곳을 잡았다.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보긴 했는데 일단 원통쪽에는 없고,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연락이 안된다. 뭐 어쩔 수 없지.

저녁을 먹고(사실 양구에서 먹은 냉면이 저녁이기는 했다.) 금방 누웠다. 숙소가 너무 구려서 금방 잠이 오려나 걱정이 됐는데 피곤에 장사 없나보다. 금방 잠이들었다. 


2일차 주행거리 : 92.71km

지출

  • 간식, 음료수 : 2,400
  • 식비 : 15,800
  • 숙박비 : 25,000
  • 합계 : 43,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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