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쉬었다 가자.

강원도 ~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 3일차 (원통 ~ 통일전망대 ~ 속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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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 3일차 (원통 ~ 통일전망대 ~ 속초)

오클라호마호 2016. 4. 16. 04:11

2일차 주행코스 : 원통 - 진부령로 - 동해안 자전거길 - 통일전망대 - 속초

전날 고개를 두 개 넘어왔는데 오늘도 또 고개를 넘어야하는 코스다. 그나마 진부령만 넘으면 다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날 수 있다. 한번 지나간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썩 마음에 드는 루트는 아니었지만 딱히 우회해서 갈만할 길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전날 사놨던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했다. 피로회복을 위해서 박카스도 하나 마시고, 숙소 근처에 있는 김밥천국에 가서 점심으로 먹을 김밥도 포장해서 새들백에 챙겨둔다. 하나라도 무게를 더 줄여야 라이딩하는데 힘이 덜 들겠지만 동해안에 도착할 때 까지는 점심을 해결하기가 마땅치않을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사갔다. 진부령 넘어야 되는데 당 떨어지면 큰일나지...



오늘도 날씨 좋은 아침. 따듯한 아침햇살에 기분이 좋다. 



멀리는 설악산으로 추정되는 산이 보인다. 멀리서 봐도 산의 생김새가 평범한 산은 아니다. 

공도를 달려야되서 계속 신경쓰이는 라이딩을 한다. 계곡 건너편으로 차들이 잘 안다니는 도로가 있으니깐 그 쪽으로 달리는 걸 추천한다. 계속 이어져있는 도로가 아니라서 다시 큰 도로에 합류했다 나눠지고 하는데 그래도 차들이 많이 안다녀서 마음편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한참을 달리다보면 자전거는 옛길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도로에 이렇게 자전거를 위한 안내가 표시되어있는걸 보는게 처음이라서 뭔가 되게 신기하면서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도로에서 자전거는 늘 미움만 받으니깐...



북한강 자전거길 이후로 계속 공도를 달리다가 드디어 다시 자전거도로를 만났다. 이야 신난다~



자전거도로(46호선 옛길)로 들어서니깐 경치가 기가 막힌다. 계곡 물 색갈이 완전 옥빛이다. 



지난번 국토종주와 지금까지 오면서 달려던 자전거도로 전부 다 통틀어서 이만한 자전거 도로가 없는 것 같다.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라서 보통의 자전거도로보다 속도도 잘 나오고 주변 경치도 '역시 강원도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굉장히 아름답다.



심하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타나고 단순하게 쭉 뻗어있는 길이 아니라서 라이딩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쯤에서 아침에 사온 김밥을 먹는다.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더 맛있네.

배고픔을 느끼기 전에 미리 먹어두는게 중요하다. 



이 길이 큰 길을 살짝 우회하는 도로였던 것 같다. 일단 지나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어서 좋다.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강원도에 왔다는 걸 느낀다. 풍력발전기 있는거 보면 알겠지만 바람이 좀 많이 분다. 그래도 고갯길 오르는 것 보다는 낫다.



지나가다 너무 편안해 보이는 쉼터를 발견했다.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드르렁 시전. 사실 자전거 타고 여행하면서 이렇게 그늘에 편히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대자로 누워서 쉬니깐 아주 편안한게 참 좋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이 매우 파란게 꼭 가을하늘 같다. 



적당히 쉬다가 다시 출발. 진부령을 넘어야 한다. 



진부령 정상 도착. 

읭? 생각보다는 덜 힘들었다. 춘천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길이 초행길이었는데, '진부령'이라는 이름은 몇 번 들어서 알고있었다. 유명한 만큼 오르기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올라왔다. 

지금보니깐 광치령보다도 해발고도가 낮네. 오늘 코스에서 제일 어려운구간이 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왔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과 평지코스만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깐 또 신난다. 



여기서도 셀카만 찍고 가게될 줄 알았는데 타이밍 좋게도 관광오신듯한 분들을 만나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참고로 저 표지석은 정상을 살짝 지나서 오른쪽으로 있다. 길만 보고 가다가는 못 보고 그냥 지나칠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뒤로는 신나게 내리막을 내려왔다. 완만했던 오르막과는 달리 내리막길 초반은 경사가 어느정도 있는편이다. 



내리막을 다 내려와서. 이제부터는 평지다. 



햇빛을 피해서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지금까지 꽤 먼 길을 달려왔는데 다행히 자전거에는 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실 험로를 달리는게 아니라서 펑크만 아니면 딱히 문제될 건 없을 것 같다.



한참을 또 달리니깐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성남에서 출발해서 3일만에 드디어 바다를 보는구나. 



조금 더 달리니깐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파아란 동해바다의 색깔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바다가 보이니깐 좋기는한데 지금까지 왔던 길에 비하면 차들이 많다. 역시 관광지라서 다른가보다. 얼른 자전거도로를 타야지.



파노라마로 찍어봤는데 동해바다의 시원한 느낌을 다 담아낼 수가 없다. 이런건 눈으로 봐야지.



화진포 근처 지나는 중. 가을동화... 벌써 16년 전이다. 그 때 막 울면서 봤었는데, 뭔가 반갑게 느껴지네.



화진포. 호수면 보통 이름이 ~'호'로 끝나던데 여긴 왜 이름이 화진포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굉장히 큰 호수. 



화진포에 오니깐 이제서야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심각한 길치라서 바닥에 파란색 라인이나 국토종주 안내 표지판이 안보이면 불안하다. 



화진포 해수욕장. 여기가 가을동화 촬영지? 그냥 지나치면서 봐서 잘 모르겠다. 사실 16년 드라마라서 기억도 흐릿하다. 그냥 그 때 당시 '바닷가가 참 이쁘다.' 이정도의 느낌만 남아있어서... 그러고보니 송혜교는 이 때도 여주인공이었는데 16년이 지난 지금도 여주인공 맡고 계시네. 



진부령을 넘기 전에 먹은 김밥은 진작에 소화가 다 되었다. 배가 고파서 진작에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문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라서 이 식당도 한참만에 찾았다. 여름 휴가철도 아닌데다가 평일 낮시간이라서 다들 문을 닫은 것 같다.



황태해장국을 하나 주문하고나서 문 밖의 자전거를 매의 눈으로 감시한다. 

근데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주문한 황태해장국 나왔다. 반찬이 다 나오기 전에 사진을 찍은거라서 몇 개가 빠져있는데, 양념게장이랑 멸치도 나온다. 배고플 때 먹어서 그런지 더 꿀맛이다. 

식후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출발. 중간 목적지인 통일전망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통일전망대 인증센터 도착. 참고로 더 위에 있는 진짜(?) 통일전망대까지는 자전거로 갈 수 없다. 여기까지가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제일 끝지점.

나 처럼 혼자 자전거 타고 오신분이 계셔서 서로 사진 찍고 찍어드렸다.



MTB 타고 오신 분. 태백에서 왔다고 하셨었나.. 들었는데 까먹었다. 유명 관광지라서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학교에서 소풍온걸로 보이는 학생들도 있고.. 그래서 쫄쫄이 입고 있는 모습이 살짝 부끄러웠다. 그래도 뭐 얼굴은 꽁꽁 감싸고 있었으니깐...



동해안종주 자전거길의 첫 번째 도장을 찍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동해안 자전거길 도장찍기의 시작이다. 



자전거길 안내지도. 당초 계획은 통일전망대부터 부산까지 이어지는 자전거길인데 내가 종주하던 당시에는 삼척까지만 완성이 되어있었다. 지금쯤은 어떻게 완공이 됐으려나 모르겠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맑은 날씨다. 그래서인지 자전거를 타고 지나면서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멋지게 나온다. 



고성 어딘가였던 것 같은데,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가 멋져보여서 찍었다. 

저런곳에 살면 매일매일이 휴가 온 듯한 기분이 들것 같아서 네이버에서 시세도 한번 알아봤는데.. 살아본 사람들의 리뷰가.. 읍읍읍.



같은 동해안 자전거길이지만 동네에 따라서 자전거도로의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대략 내가 느낀바로는 통일전망대에 가까울 수록 도로의 상태가 좋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상태가 안좋아지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아주 좋은 상태의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데크길.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다쪽으로 길에 이어진 철조망.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달리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뭐,,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인증센터 도착. 중간에 길을 못찾아서 잠시 헤맸다. 보통은 네이버 지도 검색하면 나오는데 여기 '북천철교 인증센터'는 검색해도 나오지가 않아서 더 헤맸다.  



바다근처라서 그런건지 바람이 꽤 심하게 분다. 바람 때문에 풀이 거의 누워있다. 

만약 동해안 자전거길 종주를 생각하고 있다면 종주 방향도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남에서 북으로 갈지, 아니면 북에서 남으로 내려갈지. 바람이라는 변수를 제외하면 남쪽에서 통일전망대로 올라가는 코스가 더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게 바다쪽으로 붙어서 진행하는 코스라서 좀 더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사진을 찍더라도 더 좋은 샷을 찍을 수 있고. 다만 바람이 강하게 분다면 바람을 등지는 방향으로 진행하는걸 추천한다. 

참고로 내 경우에는 진부령을 넘어와서 진행했기 때문에 선택권 없이 통일전망대부터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진행했다. 



가다가 중간에 슈퍼마켓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슈퍼마켓, 편의점, 농협 하나로마트가 수시로 나와서 보급에 대한 걱정은 없다. 국토종주 사막구간에 대한 기억 때문에 물통을 두 통 꽉채워서 준비했는데, 동해안 자전거길 종주만 계획중이라면 한 통만 있어서도 충분 할 것 같다.  



다시 또 달린다. 길을 잘못든게 아니다. 동해안 자전거도로 맞다. 중간중간 이런 길들이 자주 나온다. 로드 타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짜증나는 길.



정말 짜증나는 길 2.



정말 짜증나는 길 3.

중간중간 이렇게 자전거 타고는 도저히 지날 수 없는 길이 자전거도로라고 나와있다. 이건 꽤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아마도 공사 도중에 예산이 삭감되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많이 아쉽다. 



저 멀리 설악산이 보인다. (설악산 맞겠지..?) 

오전에는 산맥의 서쪽에서 바라봤었는데 지금은 산맥을 넘어서 동쪽에 와 있다. 



아쉬운 철조망. 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다시 만난 내가 좋아하는 나무데크길. 나무데크길을 달리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기분이 좋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역시나 조금 아쉬운 철조망.



다음 인증센터인 봉포해변 인증센터에 도착.



도장 찍으러 인증부스에 들어왔는데 도장이 무려!! 스탬프 한번도 찍히지 않은 새 도장이다!! 새 도장 처음 보는거라서 뭔가 로또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 나 로또 5000원짜리도 당첨된적이 없잖아...)



깨끗한 도장이라서 스탬프 찍는것도 아깝네. 그래도 안찍을 수는 없지.



도장 쾅!

새 도장이라서 이쁘게 잘 찍힐 줄 알았는데 뭔가 조금 아쉽게 찍혔다. 더 세게 눌러서 찍었어야 됐나..?



가끔 인터넷 서핑하다가 사진으로 봤던 곳이었는데 여기가 바로 '봉포해변'이다. 

남들은 보통 저 벤치에 앉아서 커플사진을 찍지만.. 그런거 없기 때문에 자전거 사진을 찍어준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사진한장 찍어달라고 부탁할텐데 안타깝게도 잠깐 쉬는동안 지나가는 민간인이 아무도 없었다. 


숙소는 속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잡았다. 속초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 게스트하우스는 참 많이있었다. 근데 놀러온 사람들도 많았던건지 처음 전화한 곳은 예약이 꽉 차서 다른데로 구했다. 



오늘의 숙소. 이름은 게스트하우스인데 구조가 모텔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 구조다. 오늘도 내심 도미토리 룸을 혼자 쓸 수 있을까 하고 기대했었는데 아쉽게도 한분이 이미 와 계셨다.



방 안에 tv도 있고, 냉장고도 있다. 전날 묵었던 모텔에 비하면 훨씬 깔끔하고 가격까지 저렴하지만, 첫날 게스트하우스가 워낙 좋아서 그런건지 기대에는 살짝 못 미쳤다. 

1층 공간은 사진을 안찍었는데 자전거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안심하고 자전거는 세워둘 수 있었다. 여기 나름 외국인들에게는 유명한 게스트하우스인가 보다. 같이 방 쓴 사람도 미국에서 온 관광객이었고, 로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전부 다 외국인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빼고는 다 외국인들이라서 뭔가 내가 외국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은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먹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생선구이를 먹고 싶었는데 주변에는 찾을수가 없었다. 자전거 타고 멀리 나가면야 많이 있겠지만 역시나 샤워하고 나니 만사가 다 귀찮다. 

근처 식당 대충 들어간거였는데 나름 맛있었다. 아, 메뉴는 뚝배기불고기. 

밥먹고 숙소로 돌아오니깐 옆 침대 주인이 와있다. 미국에서 온 청년인데 영어가 짧아서 많은 대화는 못 했고, 내일 새벽에 설악산에 갈 예정이라고해서 조금 이른시간이었지만 얼른 불 끄고 잤다. 

그렇게 3일차 라이딩을 마무리.


3일차 주행거리 : 119.4km

지출

  • 간식, 음료수 : 3,400
  • 식비 : 21,800
  • 숙박비 : 18,000
  • 합계 : 43,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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