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쉬었다 가자.

강원도 ~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 4일차 (속초 ~ 동해시) 본문

여행

강원도 ~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 4일차 (속초 ~ 동해시)

오클라호마호 2016. 4. 17. 08:55

4일차 주행코스 : 속초 - 양양 - 주문진 - 강릉 - 동해

길을 따라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는 코스. 단순한 코스라서 길 찾는 어려움은 없을 줄 알았는데, 길을 못찾아서 제일 고생한 날이었다. 내가 길치인 탓도 있지만 길 안내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특히 대부분의 경로가 항구를 경유하도록 되어있는데 상가들이 많고 길이 복잡해서 항에만 들어갔다하면 길을 잃어버렸다. 


강릉시 근처에 바닷가에서 벗어난 길은 잘못 찍힌게 아니고 원래길이 그렇게 나있는 곳이다. 저 구간에서만 한 시간은 헤맨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전날 설악산에 가기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야된다고 하던 옆 침대의 외국인은 계속해서 잔다. 깨워줄까 하다가 오지랖인 것 같아서 그냥 내비두고 라이딩 준비를 했다. 라이딩 준비는 사실 별거 없다. 전날 빨아서 널어 둔 빕과 져지를 걷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만 싸면 끝이다. 짐도 최소한으로만 챙겨왔기 때문에 가방 싸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출발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내여왔다. 뭔가 자잘한 소품들이 주렁주렁 메달려있는게 누가봐도 게스트하우스인 것 처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는 아닌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걸 보면 외국인들에게는 먹히는 인테리어인가보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아침으로 토스트나 시리얼을 준비해준다. 마실거로는 우유, 커피등이 있다. 



평상시에도 아침은 주로 토스트를 먹기 때문에 꼭 쌀밥이 아니라서 불편한건 없다. 딸기잼이 특이하게 생겼다. 아무래도 여러명이 사용하는 곳이다보니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야 되는 병에들은 딸기잼보다 훨씬 깔끔하고 좋은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했다. 



숙소에서 바닷가 쪽으로 조금만 가면 오늘의 첫 번째 인증센터인 영금정이 나온다. 근데 이놈의 인증센터 찾는게 너무나도 힘들다. 근처까지는 그래도 잘 찾아가는데 인증센터 부스가 있는 곳을 못찾아서 한참을 또 헤맨다. 



영금정보다는 속초등대전망대를 찾는게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다. 영금정 주변에서 한참 헤매다가 주변에 계신분께 물어보고 겨우찾았다. 



위에 속초등대전망대도 그렇고 여기 영금정도 그렇고 잠시 구경하다 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 달리는 와중에는 딱히 그런 생각이 안든다. 그냥 계속해서 달리고만 싶다. 그러다가 지나고나서 사진 볼 때면 또 아쉬움이 남고... 



오늘의 첫 번째 도장 쾅.



영금정 인증센터 도장을 찍고 내려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설악대교'에서 찍은 사진이다. 여기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주 멋있다. 속초시내의 모습과 뒤로 보이는 설악산의 모습, 특히 울산바위의 모습까지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뽑낸다. 



셀카가 빠질 수 없지. 울산바위가 너무 흐리게 나와서 조금 아쉽다. 

사진 찍을 때만 해도 저기가 바다인 줄 알았는데 지금 지도에서 찾아보니깐 '청초호'로 나온다. 배들이 정박해 있어서 그냥 바다인 줄 알았네.



내가 동해안 자전거길 종주를 오기 전까지 막연하게 상상했던 자전거길의 모습과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 이 사진인 것 같다. 이런식의 도로를 쭉 따라서 동해안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오게 되면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오르막도 많고, 바다를 계속해서 바라보면서 달릴 수 있는 코스만 있는것도 아니다.



이분들은 처음 도장찍던 영금정에서 마주쳤던 분들인데 가는 방향이 똑같다 보니 가는내내 마주쳤다. 40대 ~ 50대 정도 되는 분들 같던데 나이 드셔서도 친구들이랑 같은 취미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다가 신기한 건물이 보이길래 찍어봤다. 생긴건 꼭 군대에서 훈련 할 때 사용하는 막타워같이 생겼는데 아직도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다.



언덕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예뻐보여서 찍었는데 사진으로는 잘 안보인다. 



두 번째 인증센터인 '동호해변 인증센터'에 도착. 



도장이 아주 깔끔하게 잘 찍혔다.



인증센터에서 바라보는 동호해변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 



자전거 사진도 한장.



자전거랑 같이 찍은 몇 안되는 사진이다. 나도 친구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네.



아침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먹었고,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시간이었지만 금방 출출해질 것 같아서 점심을 조금 미리 먹어두었다. 양양국제공항휴게소. 주인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하셔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기압이 살짝 부족한 것 같아서 바람을 넣다가 타이어가 이 모양인걸 확인했다. 여행 떠나기전에 브레이크패드도 확인하고 체인오일도 확인하고 정말 이것저것 다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타이어 마모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 

이 때 부터 다시 또 편안한 라이딩을 못하고 조마조마 하면서 계속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면서 갔다. 



동해안으로 놀러오게 되면 늘 들리게 되는 38선 휴게소.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바다 보면서 천천히 가고 있는데 도로 옆에서 갑자기 큰 개가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갑자기 짖어 대면서 나한테 달려오는데 자전거 속도가 어느정도 있는 상태에서 다행히 큰 일은 나지 않았다. 개가 달려올 때 들리던 개 발톱이 아스팔트에 긁히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생명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다음 인증센터에 도착.



하.....

또 없다......

북한강에서도 도장 없어서 못 찍고 그냥 지나갔는데 이번에도 또 도장이 없다. 저 쇠로 된 케이블이 어떻게 끊어졌는지가 미스테리다. 절단기로 끊지 않는이상은 절대 안끊어질 것 같은데 저 도장이 그렇게까지 해서 훔쳐갈만큼의 값어치가 있는건지 궁금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도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증수첩 중간에 텅빈 자리 하나를 남겨두는게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든다. 북한강은 그래도 집이랑 가까우니깐 언제 가서 찍는다고해도 여기는... 언제 또 오냐...?



일단 인증을 위해서 자전거랑 인증부스가 같이 나오게 사진은 찍었는데 생각해보니깐 얼굴을 가리고 찍었네... 이렇게도 인증 해줄지 모르겠다. 



다시 또 달린다. 



경포해변 인증센터 도착. 이번에는 헤매지 않고 인증센터를 바로 찾았다. 

동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답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관광객한테 부탁해서 사진도 한장 남겼다.



바다 색이 정말 아름답다. 물은 또 어찌나 투명한지. 



지금까지 지나왔던 해변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많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할 수도 있는데 다른곳에 비하면 정말 많은거다. 



작아서 잘 안보이는데 오른쪽 수평선 바로 위에 보면 작은 초록색 점이 있다. 카이트보드 타는 사람이다. 한번도 타본 적 없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더라.



이른 점심을 먹었지만 또 점심을 먹는다. 이번 메뉴는 회덮밥. 회덮밥 굉장히 좋아하는데 참기름을 너무 많이 넣은건지 참기름맛밖에 안난다. 참기름만 적게 들어갔어도 꽤 맛있었을텐데... 그래도 양이 많아서 배부르게 먹었다. 근데 원래 회덮밥에 참기름이 들어가나...?


밥 먹고 다시 출발. 위에도 적었지만 자전거길이 대부분 식당들이 모여있는 항을 지나도록 그렇게 되어있다. 아무래도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서 그런 것 같은데 문제는 도로 안내가 친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상가가 모여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안내가 사라진다. 그래서 한번 들어가면 나가는 곳을 제대로 찾기가 어렵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크게 문제될 정도로 헤맨적은 없는데, 이번에 기어이 일이 터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고나서 일단 도로에 파란색 라인이 없으니깐 내 감으로 이쪽 길이겠거니... 싶은 곳으로 진행했는데 서서히 길이 이상해지더니 어느 순간 이런 길이 나타난다. 그 동안 오면서 모래사장도 지나고, 비포장도로도 몇 번 지나왔기 때문에 바로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계속 진행했는데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을정도의 길이 나왔다.

지금까지 온 길이 한참이라서 어디까지 되돌아가야 될지도 모르겠고, 맞는길은 어딘지도 모르겠고... 다시 한번 멘붕이 왔다. 뭐 결국에는 다행히 자전거길을 다시 만나기는 했지만 여기서만 1시간 이상을 허비한 것 같다.



다시 자전거길을 만났다. 바다와 조금 떨어진 시골길 같은 곳도 많이 지나게 된다.



오른쪽 표지판을 보면 알겠지만 자전거만 다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다. 차량도 통행하는 길이라서 넉놓고 그냥 다니면 위험하다. 물론 저 좁은 도로에서 차가 빠른 속도로 다니지는 않지만 경치 구경한다고 다른데 보면서 달리다가는 위험하다. 

차와 마주하게되면 도로가 매우 좁기 때문에 비켜지나갈 수는 없고, 멈춰서서 통과해야한다. 솔직히 조금 귀찮다.



길 양 옆으로 가로수가 멋있어서 찍은 사진인데 실제로 봤을 때 만큼은 안나온 것 같다. 어쩌면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길을 찾느라고 멈춰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오전에 만났던 분들이 지나쳐간다. 아마 길 잘못들어서 한참 헤매는 동안 따라잡혔나보다. 저분들은 나보다 나이도 더 많고, 자전거도 나는 로드를 타고있는데 따라 잡히니깐 뭔가 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참 또 달리다보니 경치가 끝내주는 곳이 나온다. 의외로 언덕이 자주 나오는데 올라가는건 힘들지만 그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정말 좋다. 뒤에 보이는 배는 바다에 떠있는건 아니고 육지에 전시 된 배다. 나는 그냥 지나쳤는데 다른 분들 후기 보니깐 '통일공원'이라는 곳이고 입장료가 있더라.



난 그냥 이런 바다가 좋다. 투명한 바다 보고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랄까...?



벤치가 있어서 한참을 바다를 보면서 앉아있다가 다시 출발했다.



언덕 위에 있는 배를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동해에서 일출 관광지 유명한 '정동진'이다. 

여기서도 인증센터 부스를 못찾아서 한참을 헤맸다. 정동진역 근처에 있을 줄 알고 한참을 둘러봤는데 안보이더라. 역에서 근무하시는 분한테 여쭤봤는데 그 분도 모르시고... 안내가 참 아쉽다. 

정동진 인증센터는 정동진역에서 더 내려와서 모래시계공원 근처에 있다. 



모래사장이 참 아름답다. 



사진에 보이는 철길은 레일바이크가 지나다니는 철길이다. 원래 있었던 철길인지 아니면 레일바이크를 위해서 따로 만든건지 모르겠다. 여기도 유명 관광지라서 사람들은 많았다. 

다음 코스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까 그 배가 있는 언덕을 올라야한다. 경사도가 있어서 은근 힘들다. 평지만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르막이 나와서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오르막만 오르면 꿀잼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오르막 뒤에 내리막길도 재미있고, 내리막을 다 내려와서 달리는 바다와 완전 가까이에 붙어있는 꼬불꼬불한 해안도로는 정말 손에 꼽을정도로 재미있는 코스다. 

코스가 재미있으면 늘 그렇듯이 사진은 없다. 너무 재미있어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프로 같은 장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풍성한 후기를 쓸 수 있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로드뷰 사진이라도 첨부한다...-_-;;



오르막은 힘들지만 경치는 멋지다. 

길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좀 더 멋진 사진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종주한 방향이 아쉽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길을 건너서 사진을 찍으면 되지만, 자전거 타는 입장에서 그건 매우 귀찮은 일이다. 사진만 보면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첨부한 대부분의 풍경사진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핸드폰을 꺼내서 찍은 사진들이다. 

만약 남쪽에서 올라오면서 찍었다면 바다 풍경 사진은 조금 더 이쁘게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망상해수욕장에 도착. 

동해안 자전거 종주도로 중에서 망상해수욕장에 오는 길이 가장 위험한 구간이지 않나 싶다. 차들이 다니는 동해대로를 타고 와야되는데 도로는 공사중이고 갓길도 없는데다가 차량 통행량도 많아서 너무 위험하다. 이 구간은 진짜 하루빨리 개선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 구간에서 야간라이딩은 절대로 비추다. (2015년 6월 기준)



망상해수욕장에는 무려 롯데리아가 있다. 동해안에도 속초나 강릉같은 큰 도시가 있지만 자전거길이 대부분 시내와는 떨어진 해안가 근처를 지나기 때문에 이런 프렌차이즈 음식점을 만날일이 없었는데 롯데리아를 보니깐 괜히 더 반갑고 꼭 여기서 밥을 먹어야 될 것 같아서 들어갔다.



불고기버거 셋트를 먹었다. 라이딩 하다가 먹는 콜라가 정말 꿀맛이었다. 원래 롯데리아 햄버거는 잘 안먹는데 기대안하고 있다가 먹어서 그런가 맛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게 네 번째 끼니다. 어제도 네 끼를 먹었는데. 운동해도 살이 안빠지는 이유가 있었네.



오늘의 마지막 도장인 망상해변 인증센터 도장을 쾅.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다. 동해안 종주길은 보급이랑 잠자리 걱정이 없어서 좋다. 물론 성수기에 떠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비수기 평일에는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를 혼자 사용할 수 있을정도로 여유가 있다.



오늘도 그렇게 토미토리룸을 혼자서 사용한다. 방안에 사용하지 않는 싱크대가 있는것만 빼면 꽤 괜찮은 느낌의 게스트하우스다. 원목으로 된 침대가 마음에 든다. 어느침대에서 자도 상관이 없지만 밖을 볼 수 있는 창가 아랫쪽 침대를 골랐다.



샤워를 하고 출출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근데 안타깝게도 허기를 달랠만한 곳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오는건데... 



동네 야경이 이뻐서 산책 좀 하다가 들어왔다. 산책하다가 동네 주민이랑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데 쓰다가 또 열받을 것 같아서 그냥 생략한다. 시골에서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건 조금 조심해야 될 것 같다. 

고픈 배는 숙소에 돌아와서 라이딩 하면서 먹으려고했던 닥터유 에너지바로 달랬다. 

여행기간동안 오늘이 제일 힘들었던 날이었다. 길을 못찾고 헤맸던게 너무 컷다. 이게 뭐가 문제냐면 한 번 그렇게 헤매고나면 또 길을 잃을까봐 땅만 보고 다니게 된다. 파란색 라인을 놓지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땅만 보고 페달링 하다보면 문득 '아..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그 때 부터는 기운이 안난다. 다른 날과는 다르게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했던 날이었다. 


4일차 주행거리 : 112.6km

지출

  • 간식, 음료수 : 5,800
  • 식비 : 20,900
  • 숙박비 : 20,000
  • 합계 : 46,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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